당연한 이야기지만 돈은 출생률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8년 [뉴욕타임스]가 한 설문 조사를 했다. 미국인들이 자녀를 더 적게 가지거나 아예 갖지 않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조사결과 가장 큰 다섯 가지 이유 중 네가지는 돈 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임금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금까지 겹치면, 대학을 졸업하고 부부가 함께 정규직으로 돈을 벌어도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꾸리기가 정말 어렵다. 젊은 저소득층 가정 역시 자녀 갖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들은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든지 아니면 다른 중요한 일에 돈을 쓰든지 양자택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예를 들어 A는 가족 중에서 유일한 대졸자다. 스물두 살의 A에게 최우선 순위는 사회복지학 석사학위 취득, 학자금 상환, 그리고 안전한 곳으로의 이사 등이었고 자녀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1960년대로 돌아가보자. 부모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자녀의 '양'과 '질' 사이에서 손해와 이익을 저울질한다. 예를 들어 가족의 수입이 늘어나면 사람들은 차를 한대나 두 대쯤 더 살까 고민하는데, 수입이 계속 늘어난다고 해서 수십 대의 자동차를 사려고 하지 않는다. 냉장고나 세탁기를 수십 대 사들이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수입이 많아지면 사람들이 양보다 질에 더 초첨을 맞추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은 여러 대의 차가 아닌 새로 나온 더 크고 고급스러운 승용차나 SUV를 구입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를 자녀들에게 적용하면, 사람들은 더 적은 자녀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부모들은 수입이 많이지면 자녀에게 더 많이 투자하고 더 나은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어 한다.
199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는 출생률 같은 복잡한 문제에 대한 처방에서 사람들의 선호도와 문화적 규범, 그리고 가치의 역할 등을 무시하긴 했지만 어쨌든 중요한 사회적 경향을 지적했다. 많은 부모가 이제 시간과 자원을 이전보다 적은 자녀들에게 투자하며, 자녀들에게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최선의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그것이 대학 등록금 준비든 아니면 과외 수업이나 특별활동이든 상관없다.
자녀의 수에 대한 부모들의 결정을 이해하려면 부모가 자녀 한 명당 얼마만큼의 돈을 써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것이 좋다. 2015년, 미국 연방정부는 미국 가정이 자녀 한 명을 17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이 23만 3610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아이를 대학교까지 보내려면 그 액수는 2배 이상 뛰어오를 수 있다.
정부가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작지만 부유한 섬나라인 싱가포르는 인구의 4분의 3이 중국계다. 이나라 정부는 국민들이 5C, 즉 현금(Cash), 자동차(Car), 신용카드(Credit card), 별장(Condominium)을 위해 자녀 갖기를 포기하는 상황을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 몇 년 전, 싱가포르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로 했다. 정부 관려들은 자녀가 없는 부부들에게 싱가포르가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하려면 젊은 세대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역설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발리섬에서 무료 휴가를 보내도록 해주겠다는 특이한 제안이 포함되었다. 관료들 생각에는 이 휴가가 부부의 금슬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 공짜로 멋진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길 기회를 알아본 부부들은 바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순순히 정부의 의도를 따르지는 않아서 관료들은 최소한으로 만족시킬 정도의 아이들도 태어나지 않았다. 결국 이 시범 계획은 9개월 만에 중단되었다.
중국은 악명 높은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통해 인구수를 조절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1970년대 후분에 중국이 후진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집산주의식 경제체제에 직면하자, 앞날을 내다봤던 개혁파 지도자 덩샤오핑은 급격하게 늘어나느 인구는 국가의 빈곤으로 이어질 것으라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 정부는 과거의 역사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중국 인구는 1500~1700년에 서구 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1700년대로 접어들면서 장기간 평화와 번영이 지속되고 농작물 생산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늘어나자 인구가 훨씬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밀과 쌀의 경작지는 2배에서 심지어 3배 가까이 확장되었고,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옥수수와 고구마 같은 새로운 작물까지 수입하여 재배하면서 농작물 생선성이 더 높아졌다. 중국의 일부 지역은 제 1차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보다도 빠르게 생활수진이 올라갔다. 1800~1950년에 양쯔강 이남 지역에서는 인구 증가율이 둔화하기도 했는데, 주된 이유는 과도한 경작, 정치적 불안, 그리고 내전과 외세 개입 및 침략 등이였다.
1950년대에 중국공산당이 실시한 이른바 대약진운동이 초래한 엄청난 기근과 1960년대 문화혁명의 대혼란 속에서도 중국의 익누는 1950~1979년 사이에 매 10년마다 1억 2000만~ 1억 5000만 명씩 늘었다. 중국은 곧 인구가 10억 명이 넘는 최초의 국가가 될 전망이었다. 덩샤오핑과 공산당의 개혁파는 인구 증가를 막지 못하면 중국이 경제 파탄을 맞이할 거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1979년부터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강제로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 정책의 입안자들은 1960년대 이후 중국의 출생률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는 현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출생률이 낮아진 주된 이유는 세계 다른 지역에서 나타나는 출생률 저하의 원인과 똑같았다. 도시화,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과 사회 진출, 그리고 많은 자녀를 갖는 대신 적은 자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마음을 바꾼 부모 등등, 중국의 지도부는 주어진 문제를 수평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2015년 중국은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폐기했다. 이제 세계 제2위의 경제 대국에서 인구 증가가 다시 문제가 될까?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여성의 발전이 중국의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능가했다고 지적했다. 점점 더 많은 중국 여성이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사회로 진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녀를 많이 낳을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비교해보면, 중국과 같은 정책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이웃의 타이완이나 한국의 여성 한 명당 출생률은 중국의 1.6명보다도 훨씬 낮은 1.1명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경제발전이 최고의 피임"이 라는 유명한 구호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실로 증명된 셈이다.
얄궂은 일이지만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이 낳은 가장 큰 결과는 세대 차이, 혹은 세대 사이의 단층이 될 전망이다. 2030년 무렵 중국에서는 15~35세 인구가 9000만 명 줄어들고, 60세 이상 인구는 1억 500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대규모로 가장 빠르게 인구 노령화 현상을 겪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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