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기술 스타트업은 자본화가 잘되어 있고 전문 인려깅 운영하며 충분한 자본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시장이 어느 정도 수용적이면 수개월 안에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는데, 과거에는 이런 영향력을 키우기까지 몇 면 혹은 몇십 년 걸렸다. 아주 최근까지만 해도 스타트업은 대부분 카리스마 있는 설립자가 이끌었고, 강력한 비전을 갖고 있었지만 운영 문제 때문에 그늘이 드리우곤 했다.
자본을 대는 쪽과 경영진 사이에는 항상 긴장감이 감돈다. 하지만 이젠 회사 설립자에 대한 숭배도 정점에 이른 듯하고, 팬데믹 때문에 이런 전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1990년대에 샌드힐로드에서는 기술 스타트업의 창업자 겸 CEO를 필요악으로 여겼다. 원대한 비전을 품은 이 엉뚱하고 괴팍한 백인 청년들은 결국 회사를 확장하기 위해 데려온 나이 들고 노련한 경영자에게 밀려나게 된다.
이런 스타트업의 힘은 모두 샌드힐 로드에서 일하는 약간 나이 많고 훨씬 덜 괴팍한 백인 남자들의 자본에서 나왔다. 그리고 벤처캐피털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전에 창업자가 회사를 매각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창업자는 회사가 다른 데 인수되거나 기업공개를 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수 없었다. 나는 예전에 레드 엔벨로프라는 회사를 설립했을 때 이 규정을 어기고 당시 갖고 있던 주식 100만 달러어치를 외부 투자자에게 팔았다. 그리고 24개월도 안 되어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는 바람에, 그 100만 달러를 재투자하지 않으면 당시 주 투자자였던 세쿼이아 캐피털이라는 벤처캐피털에 쫓겨날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이 되자 창업자들 손에 권력이 돌아왔다. 기업가들은 회사 내에서 마치 비법 소스 같은 대접을 받았다. 왜일까? 바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창업자가 자기 회사 가치를 1,000억 달러까지 늘릴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증명했다. 그리고 14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를 6,000억 달러짜리 기업으로 키워냈다.
잡스는 애플을 설립한 지 5년 만에 6억 달리 가치를 지닌 회사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당시는 회사 설립자에게 힘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그는 괴팍하고 고집스럽고 변덕이 심하다는 이유로 1985년에 회사에서 쫓겨났다. 검은 터틀넥을 입고 사람들에게 열정을 찾으라고 말하는 CEO의 모습만큼 정보화 시대로의 변신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 잡스는 사실 천재였고, 그의 뒤를 이어 애플의 경영을 맡은 희끗희끗한 머리의 스컬리, 스핀들러, 에밀리어 등은 회사를 성장시키지 못했다. 잡스가 돌아온 뒤 20년이 지난 지금, 애플의 가치는 200배다 증가했다.
창업자들은 더욱 단호해졌고, 계속되는 기술 붐 덕에 제품의 수요와 공급도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1985년 실리콘밸리에는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가 가득했으나 자본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2005년에는 진정한 천재는 많이 양성되지 못했지만, 대신 이용 가능한 자본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성공한 창업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려고 경쟁하던 벤처케피털들은 구주 매각, 차 등 의결권을 비롯해 창업자에게 우호적인 조건이 포함된 계약 내용 협의서를 작성했다.
상황은 계속 불균형해졌갔다. 나스닥 지수는 10년 만에 4배로 올랐고, 다들 호황을 바랐지만 인재 풀이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 시장은 공백을 몹시 싫어했고, 그래서 가짜 예언자들이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순진한 양 떼를 구슬려 자기가 경제를 구원할 새로운 예수 그리스도, 즉 차세대 잡스라고 여기게 만드는 이들이었다.
창업자를 숭배한느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인이 두 가지 더 있다. 엄청난 자본 덕에 기업들이 자본 위주의 성장 전략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손해를 보며서까지 제품을 많이 판매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저렴한 자본을 바탕으로 성장을 추구해 회사의 가치 평가액을 높이고 난 뒤, 그걸 바탕으로 다시 후속 투자를 유치해서 자본을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민간 자본을 확보한 기업들은 상장하기 전에 계속 적자만 기록하는 회전목마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다. 1996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의 신규 상장사 수는 88퍼센트 감소했다. 또 기업이 상장하기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도 20년 전에는 3년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긴 8년이다. 이 두 가지 역학 관계가 서로에게 힘을 주자 '선견지명이 있는' 창업자들은 축제를 별였다. 그리고 새로운 유형의 스타트업인 '유니콘'이 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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